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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골프 신동'으로 불렸던 통산 15승 장타자 톰프슨, 29세에 돌연 은퇴 선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15승을 올린 렉시 톰프슨(미국)이 29세의 나이에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톰프슨은 29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US여자오픈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깜짝 선언했다. 2007년 12세의 나이로 US여자오픈에 출전하는 기록을 썼던 톰프슨은 자신의 이름을 크게 알린 이 대회에서 은퇴 계획을 알렸다. 톰프슨이 돌연 은퇴를 선언한 이유는 정신적인 부담 탓이다. 지난해부터 출전 대회를 크게 줄이며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눈물을 흘리며 "골프를 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요구하며 외롭다"고 했다. 또한 "우리 모두가 어려움을 갖고 산다"며 "골프에서는 이기는 것보다 지는 일이 많다. 계속 카메라 앞에 서고, 열심히 연습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비판받아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두 오빠가 모두 프로골퍼인 집안에서 자라난 톰프슨은 5세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골프 신동'으로 불렸다. 12세 때 US여자오픈에 출전했고, 16세에 LPGA 투어에서 첫 승을 올렸다. LPGA 통산 15승을 수확했다. 또한 2016년 한 대회에선 드라이브로 359야드를 날려 보낼 정도로 괴력을 자랑했다. 이에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특히 톰프슨은 2017년 ANA 인스퍼레이션(옛 나비스코 챔피언십) 대회서 쉽게 우승할 것으로 보였으나, 3라운드 때 공을 잘못 마크한 것이 드러나 총 4벌타를 받고 연장전으로 끌려가 한국의 유소연에게 우승컵을 뺏겼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여러 차례 역전패를 당한 아픔이 있다. 한때 세계 랭킹 최고 2위까지 올랐던 그는 2020년부터 내리막을 탔다. 현재 세계랭킹은 72위. 올 시즌에 6개 대회에 출전해 4차례 컷 탈락했다. 2019년 6월 LPGA 투어 숍라이트 LPGA 클래식 우승 이후 5년 가까이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톰프슨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올해가 골프의 마지막이라는데 만족한다"고 말했다.톰슨은 31일 오전 2시 58분 로즈 장(미국), 이민지(호주)와 함께 10번홀에서 US여자오픈 1라운드를 시작한다. 이형석 기자 2024.05.29 16:01
스포츠일반

‘1986년생’ 나달 은퇴 번복하나…“미래 예상하는 건 어려운 일”

‘올해가 현역으로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고 밝혀 왔던 라파엘 나달(275위·스페인)이 현역 연장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나달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해 프랑스오픈이 마지막 대회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추측하지 말아 달라.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100%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미래를 예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답했다.한때 클레이코트의 제왕이었던 나달은 최근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결국 은퇴를 앞두고 있었다. 2024년이 현역으로 뛰는 마지막 시즌이라고 직접 밝힌 바 있어 이번 프랑스오픈은 그의 마지막 롤랑가로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현실적으로 마지막 프랑스오픈이 될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지만 100%는 아니라는 나달의 답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나달은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24회)에 이어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에서 통산 22회 정상에 올랐다. 특히 프랑스오픈에서만 무려 14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적지 않은 나이와 부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시즌을 부상 때문에 거의 통째로 쉬었고, 올해 1월 복귀한 뒤 다시 다리 근육 부상으로 인해 3개월 동안 휴식을 취했다. 은퇴에 무게가 실린 배경이었다.다만 나달은 “예전에 비해 움직임이 더 좋아졌다고 본다. 그래서 더 자신감이 생긴다”며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은퇴 시기를) 결정하겠지만, 지금 당장 ‘올해가 내 마지막 프랑스 오픈 출전’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고 덧붙였다.한편 나달은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세계 랭킹 4위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를 만난다. 나달의 대진 상대가 된 츠베레프는 “대진 추첨 결과를 듣고 농담인 줄 알았다. 전성기 나달이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맞대결은 현지시간으로 27일 열린다.김명석 기자 2024.05.26 10:02
해외축구

'이강인 빈자리 너무 컸다' 1년 만에 추락, 강등 겨우 면하고 떠나는 아기레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의 전 스승 하비에르 아기레(66·멕시코) 감독이 마요르카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번 시즌 잔류 턱걸이로 가까스로 강등을 면한 뒤 팀을 떠나게 됐다. 직전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 꿈까지 꾸던 마요르카가 추락한 배경으로 현지에선 ‘이강인의 빈자리’를 꼽고 있다.마요르카 구단은 23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기레 감독은 다음 시즌부터 팀을 지휘하지 않는다. 그동안의 노력에 감사하다”며 아기레 감독과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22년 3월 급하게 지휘봉을 잡은 이후 2년여의 동행에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당초 아기레 감독과 마요르카 구단 간 계약은 이번 시즌까지였다. 계약 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결과는 결별이었다.이번 시즌 마요르카는 코파 델 레이(국왕컵) 결승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으나, 정작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선 승점 37(7승 16무 14패)로 가까스로 강등을 면했다. 최종전을 앞두고 강등권 18위 카디스에 4점 앞선 17위다. 최종전 결과에 따라 순위가 더 오를 수도 있긴 하나 시즌 내내 강등 위기에 몰려있다가 가까스로 생존에 성공하면서 숨을 돌렸다.그 전 시즌이었던 2022~23시즌 승점 50(14승 8무 16패)으로 9위까지 올랐다는 점과 비교하면 성적이 크게 추락했다. 마요르카는 한때 UEFA 클럽대항전 진출권 진입까지 목표로 할 정도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잔류가 최우선 목표였던 팀이라는 점에서 9위까지 오른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시즌이었는데, 한 시즌 만에 다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이처럼 1년 만에 팀 성적이 크게 떨어지고, 아기레 감독이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은 배경으로 현지에선 ‘이강인의 빈자리’를 꼽고 있다. 실제 이강인은 지난 2022~23시즌 마요르카의 핵심 선수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6경기(선발 33경기)에 출전해 6골·6도움을 쌓았다. 공격 포인트뿐만 아니라 전술적으로도 팀의 핵심 선수였다. 장신 공격수 베다트 무리키와 호흡도 좋았다. 이강인과 호흡을 맞춘 무리키는 15골·3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이같은 활약 덕분에 이강인은 세계적인 명문 구단인 PSG로 향했다. 마요르카 구단에는 2200만 유로(약 325억원)에 달하는 이적료 수익을 안겨줬다. 이는 지난 2005년 사무엘 에투의 바르셀로나 이적 당시 이적료 2700만 유로(약 399억원)에 이은 구단 역대 2위 이적료 수익이다. 다만 마요르카는 이강인의 이적을 통한 수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강인의 빈자리를 메울 핵심급 선수 영입에 실패하면서 덩달아 팀 성적도 떨어졌다. 무리키의 득점도 6골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이강인의 공백에 대한 아쉬움이 나오는 배경이다.현지 기자 라울 멘데스는 “아기레 감독은 재임 기간 구단 목표인 1부 잔류를 달성했고, 코파 델 레이 결승까지 팀을 이끌었다”면서도 “이번 시즌은 다만 아기레 감독은 팀의 핵심이었던 이강인을 떠나보냈고, 비슷한 유형의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김명석 기자 2024.05.23 15:48
배구

'세계 14위→VNL 30연패→43위 추락' 여자배구, 태국전 승리로 37위 반등

태국전에서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0연패에서 탈출한 여자배구 대표팀의 세계랭킹이 상승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랑지뉴 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VNL 첫째 주 4차전에서 태국(세계랭킹 13위)을 세트 스코어 3-1(25-19 23-25 25-16 25-18)로 꺾었다.경기 후 발표된 여자배구 세계랭킹에 따르면, 한국은 태국전 승리로 랭킹 포인트 13.69점을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은 43위에서 6계단 상승한 37위에 올랐다. 포르투갈이 다시 43위로 두 단계 하락했고, 한때 한국보다 앞섰던 베트남의 순위도 39위에서 40위로 떨어졌다. 한국에 패한 태국은 14위로 한 단계 하락했다. 한국은 중국(6위) 일본(8위) 태국(14위)에 이어 아시아 4위에 위치했다.한국은 2021년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로 그해 12월 세계랭킹 14위까지 올랐으나, 이후 3년간 VNL 30연패로 고전하며 40위권까지 급추락했다. 한국은 2021년 VNL 막판 3경기부터 연패를 시작해 2022년(12패)과 2023년(12패)에는 전패 수모를 당했다. 올해 첫 3경기에서도 모두 패하면서 더 추락했다. 하지만 이번 태국전 승리로 순위 상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VNL을 앞두고 여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일단 세계랭킹을 올리는 게 목표다. 랭킹을 올리고,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게 목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태국전 승리로 원동력을 만들었다. 경기 후 미들 블로커 이다현은 VNL과 인터뷰를 통해 "이번 승리를 거두는 데 3년이 걸렸다. 강한 상대에게 승리를 거둬 영광이다"라면서 "정말로 승리를 원했다. 이번 승리는 우리에게 많은 자신감을 주며 지난 2년보다 더 잘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한편, 태국전 승리로 대회 1주 차를 마무리한 한국은 브라질에서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으로 이동, 오는 30일부터 2주 차 경기를 치른다.윤승재 기자 2024.05.20 18:04
연예일반

‘총몇명’ 감성 모르면 나가라… 퇴근 후 최고의 선택 [김지혜 ★튜브]

유튜브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요즘, 뭘 봐야 할지 모를 때 다들 있죠? ‘김지혜의 ★튜브’가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선별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뛰어난 그림 실력은 아니지만, 묘하게 중독돼서 계속 보게 된다. 구독자 333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총몇명’은 특유의 개성 넘치는 그림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로 저연령층부터 고연령층까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총몇명’은 2017년 8월부터 유튜브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현재 8년 차 유튜버다. 그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 등 일부 장면을 그림으로 재연 하면서다. 성의없어 보이는 그림체지만, 그 사람의 특징을 자세히 묘사해 웃음을 자아냈다. 가장 대표적인 영상이 tvN 인기 드라마 ‘도깨비’ 명장면이다. 배우 공유의 5대5 가르마, 가슴에 칼이 꽂힌 모습, 배우 김고은의 매력적인 무쌍 눈매까지. 누리꾼들은 “공유랑 김고은도 보다가 웃을 듯”이라며 감탄했다.‘총몇명’은 그림을 전공한 유튜버는 아니다. 사회복지학과 출신으로 취미삼아 그리던 그림이 이처럼 좋은 반응을 얻자 본격적으로 소속사에 들어가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 경우다. 개성있는 그림체 덕분에 ‘총몇명’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민모리, 나천재, 유승찬 등 일부 캐릭터는 굿즈로도 만들어졌다. 과거 김희철이 폭탄 파마에 주황색 머리를 하고 방송에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이 머리가 ‘총몇명’ 그림 속 ‘나천재’캐릭터와 매우 유사해 한때 커뮤니티에서 ‘나천재 머리’ 패러디 붐이 일기도 했다. ‘총몇명’은 2019년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소속되면서 구독자 수가 폭등했는데, 최근에 또다시 구독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바로 ‘퇴근 후 혼밥러’ 콘텐츠가 ‘급떡상’하면서다. ‘퇴근 후 혼밥러’는 제목 그대로 퇴근 후 먹방을 애니메이션화한 콘텐츠다. 직장인 남녀주인공 이세빈, 김성혁이 번갈아 나오면서 삼겹살, 초밥, 치킨, 피자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을 먹는다. 실제 음식이 아니라고 해서 리얼함이 떨어질 거라 생각한면 큰 오산이다. 비빔면을 먹고 입 주변에 묻은 양념과 바닥에 덜어진 김 가루, 고기의 마블링까지 자세히 묘사해 퀄리티를 높였다. 퇴근 후 혼밥러는 매주 한 편씩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콘텐츠가 올라온다. ‘우리는 일의 고됨을 먹는 거로 해결한다’는 취지로 제작된 이 코너는 직장인뿐 아니라 개강 후 대학생, 수업 끝난 후 편의점 털이를 하는 고등학생과 같은 내용으로 학생들에게도 저녁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소소한 선물로 자리 잡았다. ‘총몇명’은 퇴근 후 혼밥러 번외편을 만들어 또다른 세계관을 구축했다. 매번 혼자 등장하던 남녀 주인공 세빈, 성혁이 서로 옆집에 살면서 미묘한 호감 기류를 보이는 내용이다. 최근엔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하면서 함께 먹방을 즐긴다. 구독자들은 “먹방에서 러브스토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세계관 너무 좋다”, “같이 먹으니까 대리만족도 2배”, “구독자가 꾸준히 느는 이유가 있다”며 흡족한 분위기다. 이외에도 살면서 한 번쯤은 겪어볼 법한 일들을 그려내는 ‘공감 특 시리즈’ 사회의 이면을 꼬집는 ‘기묘함 속으로’도 인기 있는 코너들이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05.13 06:15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떡볶이를 안 드시는 초대박 떡볶이 할머니

제게 식당 경영 노하우를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식당에서 음식 이야기를 자주 하니까 식당 경영에 대해서도 잘 알겠거니 오해를 하는 것이지요. 저는 맛칼럼니스트이지 식당칼럼니스트가 아니라고 정중히 거절합니다. 그래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해드립니다.“보편적인 식당 경영 노하우는 다들 잘 아시잖아요. 공부할 수 있는 책도 많이 있구요. 또, 그게 전부가 아닌 것은 사장님도 잘 아시지요? 식당이란 게, 경우가 다 달라요. 사장님의 식당은 세계에 어디에도 없는 가게입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 해도 위치 다르고 고객 다르고 사장님 다르고 알바 다릅니다. 다시 강조해서 말씀을 드리는데, 경우가 다 달라요. 따라서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보편적인 식당 경영 노하우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사장님의 식당에서 적어도 사나흘 관찰을 하면 작은 팁이라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1980년대 외국의 외식 브랜드를 가져와 초대박을 친 분이 계셨습니다. 한때는 그는 한국 외식업계의 신화적 존재였습니다.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이후에 그는 여러 외식 브랜드를 내놓았으나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나중에는 한국 외식업계에서 실패의 아이콘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외식업계에 '운구기일(일의 성패는 노력보다 행운과 우연이 더 많이 작용한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때에 그 브랜드가 대박을 친 것은 운이 좋았다고 해석을 해야 합니다.종로 피맛골에 작은 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재개발되기 전의 일입니다.) 목은 좋아 보이는데, 기묘하게도 그 자리에서 개업하는 식당들은 얼마 가지를 못했습니다. 고깃집이었다가 만두전골집이었다가 했습니다. 빈 가게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기도 했습니다.어느 날엔가 그 자리에 호프집이 생겼습니다. 그 호프집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꽤 오래된 대형 호프집이 있었습니다. 대형 호프집은 직장인으로 늘 만원이었습니다. 새로 생긴 호프집은 대형 호프집에 비해 한참 작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에이, 또 망하겠구나. 저렇게 작은 규모로는 경쟁에서 지지.”아니었습니다. 작은 호프집은 손님으로 가득했습니다. 대형 호프집에서 다 받아내지 못한 손님이 작은 호프집으로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작은 호프집으로 한번 밀려난 손님은 다음에는 아예 작은 호프집을 찾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장사가 잘되는 대형 호프집 옆에 작은 호프집을 차리면 장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또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일'이 통한 사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국수를 좋아해서 국숫집을 차리고, 고기를 좋아해서 고깃집 차리고, 빵을 좋아해서 빵집을 차렸다고,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서 말씀하시는 식당 사장님들을 자주 봅니다. 사실일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니어도 손님에게 기대감을 주는 멘트이니까 마케팅 차원에서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실제로는 식당 사장님이 자기 식당 음식을 좋아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기호를 내세우는 것이 오히려 음식 장사에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장사가 안 될 때에 이런 말을 하는 사장인은 대책이 없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음식 맛을 몰라. 이 맛있는 것을 모르다니.” 자신의 입맛 기준으로 대중을 상대하려는 사장님이 성공하는 예를 저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대구에서 떡볶이 하나로 초대박을 친 할머니가 계십니다. 할머니의 떡볶이는 무척 매워서 저는 보는 것만으로도 이마에 땀이 잡힙니다. 초대박 떡볶이 할머니는 저와 비슷한 입맛을 가지고 계십니다. 평소에 매운 것을 안 드십니다.“떡볶이 안 먹어요. 매운 것 안 먹어요.”떡볶이를 안 드시는 할머니가 어떻게 초대박 떡볶이 할머니로 등극할 수 있었느냐 하면, 할머니는 자신의 입맛을 믿지 않고 자신이 파는 떡볶이의 주요 고객인 동네 아이들의 입맛을 믿었기 때문입니다.“떡볶이 양념은 매일 아침에 내가 하지. 동네 아이들을 불러서 먹여봐. 걔네들이 맛있다고 하면 된 거야.”장사의 이치가 거의 같습니다. 소비자의 취향이 갑입니다. 2024.05.02 07:00
프로야구

[김종문 진심합심] 높은 스트라이크와 ABS와 시대정신

2020 도쿄 올림픽이 열리던 2021년 8월 5일, 한국 야구대표팀은 미국과 패자 준결승을 치릅니다. 0-1로 뒤진 4회 초 2사 1루 박건우(현 NC 다이노스) 선수가 타석에 있습니다. 볼카운트 3볼-2스트라이크에서 삼진을 당합니다. 볼로 판단하고 1루 쪽으로 움직이던 그는 심판의 콜 이후 껑충 뛰며 당혹스러운 감정을 드러냅니다. 마지막 공은 높은 직구였습니다.3년이 지났습니다. 4월 26일 창원 NC-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박 선수는 1회 상대 투수 찰리 반즈의 공에 삼진을 당합니다. 올림픽 당시 그 공과 거의 흡사한 코스로, 이번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 스트라이크를 판정했습니다. 박 선수는 손으로 높다는 제스처를 하며 물러납니다.박 선수의 두 차례 삼진 장면을 꺼낸 건 그의 실력이나 태도를 탓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박 선수는 현재 한국 프로야구 현역 통산 타율 1위(27일 기준 0.327)입니다. 이 정도 레벨의 선수는 확실한 자기만의 스트라이크존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그도 곤란을 겪은 2개의 하이 존(high zone) 스트라이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올림픽 때는 심판의 특성(또는 오심) 국가별 야구 특성(또는 수준차)에 삼진 이유와 해석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야구는 로컬 스포츠였습니다. 일례로 '아시아 홈런 신기록' 같은 표현을 할 때 각 리그의 경기 수와 특성이 다른데 같이 비교할 수 있냐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야구라는 스포츠가 글로벌 시장을 향해 성장하고, 축구 같은 다른 종목과 비교되면서 국제 경쟁력을 갖췄느냐는 생존의 문제가 됐습니다.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같은 국제 대회에 대한 비즈니스 차원의 수요는 더 늘 것입니다. 국제적인 흐름과 기준을 우리 야구도 따를 수밖에 없고, 높은 존 스트라이크와 컴퓨터 판정 역시 세계화 추세라고 하면 과언일까요. ABS에 의해 존재하지 않던 존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변화에 맞추는 과정으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더구나 우리 야구는 국제대회 이후 "높은 스트라이크를 포함해 존을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 존은 너무 좁다"라며 매번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가요. 뒤이어 리그 사무국은 "존을 확대한다"는 발표를 하지만 시즌 초 잠시 넓어졌다가 순위 경쟁이 본격화 되면 예전으로 돌아가길 반복했습니다. 그것도 심판마다 달랐습니다. 경력이 짧은 심판일수록 스트라이크존이 '바늘구멍'이라는 볼멘소리가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과연 공정하고 일관된 것이었나요.기술적으로도 높은 스트라이크는 미국서 유행한 '발사각 혁명'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수년 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땅볼 유도 구종으로 한때 각광받던 투심(two seamer)이 홈런에 취약하다는 분석에 따라 투수들은 포심(four seamer)으로 하이 패스트볼을 던집니다. 타자 배트의 어퍼 스윙(upper swing) 궤적을 피하려는 전략입니다. 따라서 높은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고, 잘 받아치는 것은 최신 야구의 일부입니다.무엇보다 야구를 보고 즐기고 돈을 내는 고객들의 진심은, 시대정신은 '공정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람 심판의 차이(또는 실수)를 인간적이라고 이해하던 시대가 저물고, 정밀하게 판정하는 컴퓨터 심판의 시대로 가는 것을 단지 "복잡한 기술" 중심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 역시 프런트로 일할 때 심판을 이해하려 했으면서 의심도 했습니다. 특정 심판이 주심을 맡은 특정 팀 경기에서 네 차례 연속으로 졌을 땐 더욱 그랬습니다. 모 심판이 경기 후 "(일부 콜을) 놓쳤다"라며 사과인지 변명인지 모를 말을 꺼냈을 땐 어이가 없었습니다. 왜 그는 실수가 잦았을까요.하이 존 스트라이크와 ABS는 그 자체가 룰이지만 사람(심판과 선수)의 인지적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사람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거둘 기회이기도 합니다. 심판위원 대다수는 "우리도 스트레스를 덜었다"라고 말합니다. ABS에 대해 이런저런 이슈가 제기되지만 저는 그것이 일각의 주장처럼 진짜 논란인지는 의문입니다. 수정과 개선 가능한 문제로 리그 구성원들이 분별 있게 판단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누구에겐 좀 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죠. 이해합니다. 그러나 모호함이 명확함으로 대체됐고, 그 시간은 줄어들 겁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04.29 07:32
연예일반

‘범죄도시4’ 이동휘 “마동석은 꿈 이뤄주는 위인 같은 존재” [IS인터뷰]

“이 조명, 온도, 습도.” 한때 ‘밈’처럼 쓰였던 이 표현처럼 배우 이동휘는 ‘범죄도시4’ 캐스팅 전화를 받은 그날, 그 순간의 조명, 온도, 습도까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일간스포츠와 만난 그는 “장한평을 지나는 버스 안이었다. (캐스팅) 이야기를 듣고 상기된 제 목소리를 숨길 수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마)동석이 형한테 감사하다고 하면서도 ‘제가 그래도 되는 걸까요?’ 되물었죠. 진짜 너무 뭉클해서 눈물까지 났어요. 당시에 한창 코미디 장르가 많이 들어왔을 때였거든요. 동석이 형이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게 기회를 주신 거죠. 정말 그 자리에서 바로 출연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이동휘를 울컥하게 한 ‘범죄도시4’는 ‘범죄도시’ 네 번째 시리즈.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소탕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이동휘는 IT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로 악의 한 축을 맡았다. 이동휘 말마따나 지금껏 보여준 것과는 완전히 다른, 웃음기 ‘쫙’ 뺀 캐릭터다. “일단 대본에도 코믹적 요소가 하나도 없는 역할이었어요. 동석이 형도 이 캐릭터에는 우스꽝스러운 모습, 유머를 최대한 배제하자고 했고요. 저 역시 배우로서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은, 심판대에 오른 입장으로 이 순간만큼은 역할에 충실해서 표현하자 싶었죠. 물론 박지환(장이수 역) 형이 베를린(‘범죄도시4’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부문 공식 초청됐다)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걸 목도했을 땐 부럽기도 했지만요.”이동휘는 완벽한 캐릭터 표현을 위해 외적인 모습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머리를 장발로 기르고 처음부터 끝까지 유명 명품브랜드 톰 브라운 의상을 입고 나오는 것 등은 모두 이동휘의 아이디어다. 그는 “헤어스타일은 영화와 드라마(‘수사반장 1958’)가 비슷한 시기에 공개될 걸 고려해 캐릭터 간 확연한 차이를 주기 위함이었다. 반면 의상은 나름의 고증과 분석을 거쳤다. 장동철은 소유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그걸 다 가지는 캐릭터다. 그래서 옷도 그 시즌 옷을 다 가졌을 거로 생각했고 때마침 당시 톰 브라운이 유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휘는 ‘범죄도시4’를 통해 수준급 그림 실력도 공개했다. 캐릭터 구축 단계에서 장동철을 ‘피규어를 모으는 인물’로 설정했는데 예기치 못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 게 시발점이 됐다. 허명행 감독과 피규어 대체품을 찾던 중 그림 이야기가 나왔고 이동휘는 번뜩 자기 작품이 떠올랐다.“장동철 집에 자화상을 제외한 그림은 모두 직접 그렸어요. 제가 갤러리에 소속돼 그림을 그려왔는데 이걸 어떤 식으로 공개할지 계속 고민했거든요. 그림 수준도 자신 없고, 판매하자니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죠. 그렇게 공개를 차일피일 미루던 차였어요. 한 9~10점 됐는데 그걸 이번에 걸게 된 거죠.”이번 작품에 캐스팅해 준 제작자이자 동료 배우, 그리고 절친한 형인 마동석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이동휘는 “(마동석은)꿈꾸는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는 신비로운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여기서 ‘꿈꾸는 사람들’ 중 한 명은 이동휘 본인임은 물론이다.“‘범죄도시4’로 처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갔어요. 세계 3대 영화제에 입성하는데 벅차오르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막연하게 꿈꾸던 걸 동석이 형에게 편승해서 이룬 거죠. 너무 감사한 마음이 커요. 그래서 때 되면 계속 감사 인사를 드리고 있죠. 위인 같은 존재예요.”이동휘에게 마동석만큼이나 고마운 존재가 또 있다면 김성훈 감독이다. 이동휘가 출연했던 영화 ‘공조’의 연출자로 현재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동석이 형처럼 꾸준히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게 기회를 주는 분이죠. ‘응답하라 1988’ 이후에 ‘공조’ 박명호 역을 맡기면서 ‘전 동휘 씨의 다른 얼굴이 보고 싶다’고 하셨죠. 이번 작품도 그랬고요. 어찌 보면 동석이 형도 김성훈 감독님도 10년 넘은 인연들이에요. 그분들이 이렇게 절 잊지 않고 기회를 주는 걸 보면서 ‘잘 살아왔구나, 또 잘 살아야겠다’ 싶습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4.24 15:00
해외축구

우승 위해 토트넘 떠났는데…케인 또 '무관' 위기, 12년 만에 분데스 우승 좌절

바이어 레버쿠젠이 2023~24시즌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왕좌에 올랐다. 창단 첫 분데스리가 우승이다. 바이에른 뮌헨이 무려 11시즌 연속 정상에 오르던 흐름도 깨졌다. 우승 타이틀을 위해 토트넘을 떠난 바이에른 뮌헨에 입성했던 해리 케인(31)은 ‘또’ 무관 위기에 몰렸다.사비 알론소 감독이 이끄는 레버쿠젠은 15일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29라운드 베르더 브레멘전에서 플로리안 비르츠의 해트트릭과 그라니트 샤카, 상대 자책골 등을 묶어 5-0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레버쿠젠은 승점 79(25승 4무)를 기록, 남은 5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했다. 2위 바이에른 뮌헨(승점 63)과 격차는 16점이다. 분데스리가 역사상 레버쿠젠이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레버쿠젠의 우승은 개막 29경기에서 단 1패도 허용하지 않고 확정한 것이라 그 의미는 더욱 값졌다. 레버쿠젠은 득점은 74득점은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리그 2위지만, 실점은 단 19실점에 불과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18개 팀 가운데 실점이 30점 미만인 팀은 레버쿠젠이 유일하다.이로써 바이에른 뮌헨이 지난 2012~13시즌부터 이어오던 연속 우승 기록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시즌까지 무려 11시즌 연속 분데스리가 정상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독일축구 최강 입지를 다져왔는데, 12년 만에 그 흐름이 깨졌다. 레버쿠젠과 치열한 경쟁 끝에 정상을 놓쳤다기보다 29경기 중 벌써 9경기(3무 6패)에서 승리를 놓치는 등 토마스 투헬 감독 체제에서 좀처럼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탓이 컸다. 분데스리가뿐만 아니라 바이에른 뮌헨은 ‘무관’ 가능성도 커졌다. 이미 지난해 8월 독일 슈퍼컵에서 라이프치히에 0-3으로 완패한 바이에른 뮌헨은 DFB 포칼(컵대회)에서도 3부리그 팀에 충격패를 당해 조기 탈락했다. 그나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라 아스널과 경합 중이지만, 바이에른 뮌헨 경기력을 돌아보면 유럽 최정상에 오르는 게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바이에른 뮌헨의 ‘무관’ 가능성이 커지면서 케인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토트넘 레전드이기도 한 케인은 세계적인 공격수로 평가받고도 유독 우승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었다. 한때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요청하며 팀에 합류하지 않았던 것도 커리어에 우승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결국 그는 지난해 여름 토트넘과 동행을 마치고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당시만 해도 바이에른 뮌헨이 11년 연속 분데스리가 정상에 올라온 만큼 우승의 한을 풀 것으로 보였다.그런데 하필이면 케인이 입성한 첫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10년 넘게 지켜오던 분데스리가 왕좌에서 내려왔다. 케인은 분데스리가 29경기에서 무려 32골을 터뜨리며 그야말로 고군분투했지만 팀의 우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대반전이 일어나지 않으면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이번 시즌마저도 ‘무관’에 그치게 된다. 그야말로 우승의 한이 더 이어지는 셈이다.김명석 기자 2024.04.15 08:41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한복을 입고 요리를 하는 일에 대해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한때 정부에서 한식 요리사를 외국 공관에 파견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 주재 우리 공관에서 그 나라의 주요 인사를 초대하여 한국 음식을 접대하면 한국 음식 문화를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외국에 나가는 한식 요리사는 따로 교육을 받았는데, 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 음식에 담겨 있는 한반도의 자연과 한국인의 마음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강의 마지막에 제가 당부를 한 것이 있습니다. 옷에 대한 것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그때에 제가 한 말을 되도록 그대로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식 홍보 행사를 보면, 요리사는, 특히 여성 요리사는, 대체로 한복을 입습니다. 한식을 홍보하는 자리에서 한복을 입는 게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한식 요리사가 한복을 입는 게 과연 한식 홍보에 도움을 주는 일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외국의 예를 봅시다. 이탈리아 전통 요리사가 이탈리아 전통 의상을 입고 요리를 하는 행사를 본 적이 있습니까? 프랑스는 어떤가요? 각국의 전통 요리를 하는 전문 요리사라고 하더라도 특별나게 각국의 전통 의상을 고집해서 입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요리복이라는 세계 공통의 작업복을 입습니다.요리는 누구든 합니다. 그렇다고 누구든 요리사인 것은 아닙니다. 요리사는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숙련 노동자입니다. 요리사는 요리복이라는 전문 직업인의 옷을 입습니다. 요리는 누구든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인의 요리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그 요리복을 입음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주장을 합니다. 여러분이 입는 요리복은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마음에 담고 또 외부에 드러내는 상징물입니다.조선 시대에도 요리복이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전문 요리사를 숙수라고 했습니다. 1605년 선조가 적극적으로 후원을 한 경로 잔치가 서울 삼청동에서 열렸는데, 그 잔치의 이모저모를 '선묘조제재경수연도'라는 이름의 그림으로 남겨놓았습니다. 그 그림에 등장하는 숙수는 고깔모자를 쓰고 몸통 길이가 짧은 저고리를 입고 있습니다.한식 요리복은 조선의 숙수가 입었던 옷을 개량하면 더없이 좋을 것이나 그런 요리복은 아직 안 보입니다. 그리고 요리복은 세계 공통의 디자인 콘셉트가 있어서 이를 따르는 것이 무난합니다.한식을 접대하는 자리에 한복을 입는 것이 좋지 않으냐 하는 의견도 일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한식이 한국의 전통적인 음식으로 보이게 하는 데에 한복이 일정 역할을 할 것입니다. 반면에, 한복을 입은 요리사 때문에 한식을 한 지역의 작은 집단이 먹는 다소 별스런 ‘민족 음식’으로 인식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습니다.이럴 때에는 입장을 바꾸어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의 요리사가 자기네 나라의 음식을 알리겠다며 한국에 와서 요리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 요리사가 어느 국가에서 왔느냐에 따라 그 국가의 전통 의상을 입는 것이 어울리기도 하고 세계 공통의 요리복을 입는 것이 어울리기도 하겠다는 느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그 느낌의 차이는 해당 국가의 문화적 위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저는 추측을 합니다. 세계 문화의 중심에 있다고 자부하는 나라는 자국의 문화가 인류의 보편적 취향을 담고 있음을 강조하고, 주변부 국가는 특수한 전통적 요소에 방점을 찍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 아닌가 하고, 저는 그리 봅니다.저는 한국 음식이 인류의 보편적 취향을 담고 있는 문화 자산임을 세계인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식 요리사 여러분이 한복을 입기보다는 요리복을 입고 세계인 앞에서 요리를 함으로써 한식이 세계 음식 문화의 중심이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 물론 이 생각도 저의 작은 일리일 뿐입니다. 판단은 요리사 여러분이 하실 일입니다.세월이 제법 흐른 후에 제 강의를 들었던 한 요리사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외국 공관에 나갔는데, 한식 행사에 한복을 입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문화의 중심 국가로 자리를 잡게 되면 이같은 고민도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2024.04.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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